3월 28일  출애굽기 39장, 잠언 15장, 요한복음 18장, 빌립보서 2장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셔서 영원한 대제사장이 되시고,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루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막과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만든 것은 제사장의 의복이었다. 그들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만들었다. 출애굽기 39장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를 열 번이나 반복한다(1, 5, 7, 21, 26, 29, 31, 32, 42, 43). 이제 아론과 그의 아들들 이후의 모든 대제사장들에게 남겨진 의무는 단지 그 의복을 입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성막에서 신실하게 제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스라엘의 역사는 이것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는 하나님께서 명령하시지 않은 “다른 불”을 담아 분향했다가 여호와 앞에서 죽었다. 대제사장 엘리는 영적으로 무지했고, 그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하나님께 드릴 제사와 제물을 모욕하여 죽임을 당했다. 이스라엘 분열왕국의 제사들은 타락하여 하나님께서 그들의 제물을 달게 여기지 않으시고 물리치셨다(사 1:13; 렘 6:20; 암 5:22). 바벨론에서 가나안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들의 제사는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것과 전혀 달랐다(말 1:8-10). 그들은 스스로 마음이 높아져 여호와의 명령을 우습게 여겼다.     

잠언 15장도 여러 대조적인 대구(對句)를 사용해서 지혜의 말씀을 주는데,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여호와의 눈이 어디서든지 악인과 선인을 감찰하신다는 진리다(3절). 하나님께서는 악인의 제사를 미워하시고, 악인의 길을 미워하신다. 스올과 아바돈을 밝히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마음도 훤히 들여다보신다.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의 집을 허시고, 악한 꾀를 미워하시며, 악인을 멀리 하신다. 반면에 하나님께서는 정직한 자의 기도를 기뻐하시고, 공의를 따라가는 자를 사랑하신다. 하나님께서는 과부의 지계를 정하셔서 그를 돌보시고, 의인의 기도를 들으신다. 그러므로 사람은 스스로 삼가고 하나님 앞에 온전해야 한다. 교만한 자는 하나님을 멸시하고 겸손한 자는 하나님을 인식한다. 스스로 교만하고 거만한 자는 견책 받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견책을 싫어하고 도(道)를 배반하는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반면에 지혜로운 자에게는 겸손하게 생명의 경계(警戒)를 듣는 귀가 있다. 그들에게는 지혜와 존귀함이 찾아온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지혜의 훈계라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붙잡히셨다. 그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그의 말씀을 성취하시려고 제자들의 도망가는 것을 용납하게 하셨다. 붙잡히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대제사장 가야바의 장인 안나스와 가야바에게서 차례로 심문을 받으셨다. 그들은 대제사장의 직분을 가졌지만 모두 부정한 자들이었고, 여호와의 명령대로 행하지 않은 자들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드러내 놓고 세상에 말하고 가르치셨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이제 무고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아 놓고 심문이 끝나기도 전에 예수님에 대한 사형을 확정해 놓았다(요 18:31). 이 부정한 대제사장들 앞에서 심문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는 참으로 온전하신 대제사장이시다. 부정한 대제사장들이 갖춰 입었던 의복을 입지 않으셨지만, 의의 옷을 입으셨고 공의로 그의 허리띠를 삼으셨다. 눈멀고 다리를 저는 짐승을 드려 하나님을 모욕하던 대제사장들과 달리, 순결하신 그의 몸을 드려 온전한 희생 제사를 드리셨다. 그리고 그 죽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성취하시는 것이었다(요 18:32). 
 
사도 바울은 빌립보교회 성도들이 서로 마음을 같이 하여 사랑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돌아보라는 권면을 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 받는 것이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이라고 가르쳤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시지만,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고 사람들과 같이 되어 이 땅에 오셨다. 존귀하신 하나님께서 비천한 인간의 몸을 입으셨다. 그리고 자기를 낮추시고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대제사장들의 제사를 받으셨던 하나님께서 오히려 자기 몸을 제물로 드리시는 대제사장이 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은 단지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낫게 여기는 겸손이 아니라, 마땅히 받으셔야 하는 모든 대우와 마땅히 누려야 하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시는 겸손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시기 위해 그렇게 자기를 낮추셨다. 구약의 대제사장들이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제작한 의복은 입었어도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는 제사와 삶을 드리지 못했던 것에 반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비록 의복을 입지 않으셨지만 순종의 제사와 순종의 삶을 드리셨다.  

그러므로 바울은 성도들에게 권면한다. “너희가 ...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또한 그는 구원을 이루어가는 삶을 가리켜 “믿음의 제물”이라고 표현한다. 성도는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 말미암아 거룩한 제사장이 되었다. 성도는 대제사장의 의복을 입는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의 옷을 입었다. 이제 성도에게 남겨진 것은 스스로 교만해지는 것을 삼가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온전한 삶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