죤 칼빈의 요한복음 요한복음 3:16 주해
죤 칼빈의 요한복음 요한복음 3:16 주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1.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구원의 첫 번째 원인, 말하자면 구원의 근원을 보여주신다. 이는 어떤 의심의 여지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이다.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이르기 전까지는 우리 마음이 안식할 수 있는 고요한 항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 구원의 본질은 그리스도 외에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의 은혜가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는지, 그리고 왜 그분이 우리의 구주로서 자신을 드리셨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이 바로 여기에 분명하게 언급되었다. 즉,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모든 사람은 생명을 얻는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그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멸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기에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생명을 드리셨다.
우리는 이 순서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의 본성에 선천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사악한 야망은 너무도 커서, 우리가 구원의 기원에 대해 생각할 때면 우리의 공로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려는 마귀적인 상상력이 즉시 스멀거리며 마음속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시는 이유가, 우리가 그분의 관심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망상하게 된다. 그러나 성경은 모든 곳에서 하나님의 순전하고 순수한 자비를 칭송하고 인간 편의 모든 공로를 물리친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구원의 원인이 하나님의 사랑에 있다는 바로 그 의미이다. 우리가 여기서 좀 더 나아가려고 하면, 성령께서는 이 사랑이 하나님의 기쁘신 뜻에 근거한 것이라는 바울의 선언으로 우리를 막는다 (엡 1:5). 그리스도께서는 자기 자신을 향하는 사람들의 눈을 오직 하나님의 자비로만 향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말씀하셨음이 분명하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그런 복을 받을 만한 어떤 것이 있음을 보고 우리를 구원할 마음이 동하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구원의 영광을 전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에 돌리신다.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신 목적이 사람들을 멸망하지 않게 하려는 데 있다는 사실을 덧붙이신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잃어 버린 바 된 자들에게 도움을 베푸시기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영원히 멸망하기로 정해져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울도 이 사실을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증언한다. 즉, 바울은 우리가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원수였을 때에도 사랑을 입었다고 증언한다 (롬 5:8, 10). 사실 죄가 왕 노릇 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진노와 사망 외에는 받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고 동시에 우리를 생명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하나님이 자비뿐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성경의 많은 증언과 상충되는 듯이 보일 지 모른다. 성령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기초를 먼저 그리스도 안에 놓으며, 그리스도를 떠나 있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정죄의 대상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이미 언급한 것처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를 그 품에 품어주신 신비로운 사랑은 하나님의 영원하고 기쁘신 뜻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행하는 어떤 행위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우리에게 증언하고 싶어 하시며 또한 우리에게 구원의 소망을 불러 일으키는 그 은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진 (하나님과의) 화목으로 시작한다. 하나님께서는 죄를 필연적으로 증오하신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진노하시는 그 죄가 사함 받기 전에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아버지 같은 사랑을 느낄 수 있으려면 먼저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우리 사이가 화목케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그분의 아들을 우리를 위하여 죽게 하셨다는 소식에 곧바로 이어서, 그리스도만이 믿음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첨가된다.
2.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참 믿음은 그 시선을 그리스도께 고정시키며, 우리에게 부으신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의 마음을 그 분 안에서 발견한다. 그 사랑의 유일한 보증으로서 그리스도의 죽음을 의지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확고하고 지속적인 버팀목이 된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찬양하기 위해 "독생자"라는 단어가 강조되었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쉽게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러한 모든 의심을 제거하려고 그리스도는, 우리가 하나님께 너무도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어서 그 분은 우리를 위하여 심지어 자신의 독생자도 아끼지 않으셨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대단히 풍성하게 선언하셨다. 그러므로 아직도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거나 이러한 증언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든 간에 그리스도를 크게 욕보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리스도를 우연히 죽임을 당한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독생자를 사랑하신 그 사랑은 우리의 구원이 하나님께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척도이다. 하나님께서는 기꺼이 독생자의 죽음을 우리 구원의 값으로 치르셨다. 그리스도는 본래 하나님의 독생자이시므로 독생자라는 이름을 보유할 권한이 있으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신의 몸에 접붙이심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영예를 우리와 공유하셨다.
3.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믿음의 탁월한 점은 우리를 영원한 멸망에서 구원한다는 데 있다. 그리스도께서 특별히 말씀하시려는 요지는 이것이다. 비록 우리가 죽어야 할 존재로 태어난 것 같지만,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확실한 구원이 우리에게 제시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를 위협하는 사망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리스도께서는 일반적인 용어 (...자마다)를 사용하셨다. 모든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생명에 참여하게 하시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변명거리도 대지 못하게 하시기 위함이다. 그리스도께서 이전에 사용하시던 "세상"이란 용어가 갖는 의미도 바로 그러하다. 세상에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것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을 예외 없이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부르셨을 때, 그분은 온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보이셨다.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참으로 생명에 들어가는 입구이다.
특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생명이 약속되었지만 믿음이 누구에게나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었고 계시되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믿음으로 그분을 찾는 택한 자들의 눈만 여신다. 믿음의 놀라운 효과는 여기서도 나타난다. 성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주실 때, 우리는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영접한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사망의 정죄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셨으며, 그분의 희생의 죽음을 통해 우리 죄를 속하심으로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상속자로 삼으셨다. 그러므로 그 어느 것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분의 자녀로 인정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믿음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분의 부활의 열매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생명을 얻는다고 해서 전혀 놀랄 것이 없다.
그러나 왜 믿음이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과정이 일어나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영으로 우리를 거듭나게 하셔서 하나님의 의가 우리 속에 살아 풍성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리스도의 피로써 깨끗하게 된 우리가 거져 주시는 죄 사함으로 말미암아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이 두 가지 측면이 늘 함께 결합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구원의 확신에 관해 다루고 있으므로 핵심적인 사상은, 하나님께서 우리 죄를 우리에게 돌리지 않으심으로써 우리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보이셨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희생제사가 분명하게 언급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이 희생 제사 때문에 죄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저주와 사망이 멸망되었던 것이다. 16절에 나온 두 문장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언급되었듯이, 이 문장에서 가르치는 교훈은 우리가 우리에게 없는 생명을 그리스도 안에서 되찾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비참한 상태에서는 구속(redemption)이 구원(salvation)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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