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창세기 38장, 욥기 4장, 마가복음 8장, 로마서 8장

하나님께서 세상적으로 잘 나고 훌륭한 사람들을 더 사랑하지 않으시고 보잘 것 없고 죄로 가득한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것을 은혜라고 한다. 하나님의 은혜 아래 있는 성도는 결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야곱의 넷째 아들 유다의 집에서 일어난 일들은 참으로 수치스러웠다. 유다는 할아버지 이삭과 아버지 야곱이 했던 것처럼 아버지의 집에서 아내를 취하지 않고 가나안 여인을 아내로 취했다. 그의 아들들은 형이 자식 없이 죽을 때 동생이 형수를 취하여 자손을 잇게 하신 하나님의 법(형사취수법)을 따르지 않고, 큰 아들 엘의 부인 다말을 방치했다. 유다도 셀라를 다말에게 주기를 지체했다. 양털을 깎으러 갔던 유다는 이방 신전에서 일하던 창녀와 동침하려는 의도로 그의 며느리 다말과 동침했고, 다말은 창녀 행세를 하여 거짓말로 시아버지 유다를 속이고 그와 동침했다. 유다로부터 아들들 그리고 며느리에 이르기까지 결혼을 둘러싼 일들이 하나같이 수치스러운 죄들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유다 가문의 추악한 죄악들을 즉시 심판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다말과 베레스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들어가는 영예를 안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마 1장)에 들어 있는 다말, 라합, 룻, 우리아의 아내는 모두 이방 여인으로 부끄러운 자들이었지만, 모두 수치를 당하는 대신 주의 은혜를 입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다.

욥이 불평을 쏟아내자, 그의 친구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엘리바스의 첫 번째 말은 매우 독하고 날카로웠다.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 악을 밭 갈고 독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두나니 다 하나님의 입 기운에 멸망하고 그의 콧김에 사라지느니라.” 또한 욥을 가리켜 흙집에 살고 티끌로 터를 삼고 하루살이 앞에서라도 무너질 자라고 말했다. 엘리바스는 이 말들이 자기가 환상 중에 들은 말씀이라고 권위를 부여하고 욥을 공격하고, 그것으로 욥에게 수치를 주려고 작정한 듯 했다. 그의 말은 옳은 것처럼 들린다. 의로우신 하나님, 죄에 대해 심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교리적 이해가 정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는 고난이 찾아올 수 있는 수많은 다른 이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하나님께서 그의 택하신 백성에게 베푸시는 죄 용서의 은혜와 긍휼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들을 징계하시는 중에라도 긍휼을 잃지 않으시며, 그들을 결국 영화롭게 하신다. 또한 그의 택하신 백성들을 만인 앞에 벌거벗긴 채로 수치를 당하게 하지 않으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천 명을 먹이셨다. 오병이어의 기적에서는 제자들이 무리의 먹을 것을 걱정하여 예수님께 여쭈었던 데(막 6:35-36) 반해, 이번에는 예수님께서 무리에게 먹을 것이 없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제자들에게 먼저 말씀하셨다.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남은 조각 열두 바구니가 제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 기적에서 남은 조각 일곱 광주리는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고 마음껏 먹이시는 왕의 긍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떡을 걱정하는 제자들은 꾸중을 들어야 했다. 그들은 마치 벳새다의 맹인처럼 점차 영적인 눈이 열려가는 주의 백성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이미 얻은 지위의 영광스러움은 확실했다. 그들이 영적으로 완전히 깨어나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면, 비록 그것이 세상에서는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 주님께서 그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영화롭게 해 주실 것이다. 제자의 삶이 완벽하지 않고 수많은 죄로 물들 것이 확실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 그들을 덮으실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성도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그를 해방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영이 그의 안에 거하시면, 하나님께서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그의 죽을 몸도 살리실 것이다. 하나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자는 종의 수치를 당하지 않고 자녀의 영광을 누린다. 하나님의 자녀가 때로 세상에서 수치를 당하고 온갖 고난 속에서 기도할 힘조차 잃을 때도 있지만, 성령께서 친히 변호하시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그를 위해 간구하신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성령으로 부르시고 의롭다 하시고 영화롭게 하신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의 택한 백성들을 위하시면 아무도 그들을 대적할 수 없고, 고발할 수 없고, 정죄할 수 없다.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 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도 그들을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그들은 결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는 것,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 씻음을 받는 것,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하늘의 유업을 상속받을 자격을 얻는 것은 무한히 영광스럽고, 무한히 신비롭고, 측량할 수 없고,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은혜다. 구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생 동안 수많은 죄를 짓고 살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우리를 고발하거나 정죄하지 못한다고 약속하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 우리의 행위를 따라 심판을 받겠지만(고전 3: 12-15; 고후 5:10), 우리를 결코 수치스럽게 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약속하신다(벧전 2:6; 요일 2:28).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해 친히 십자가에서 수치를 당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