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출애굽기 5장, 욥기 22장, 누가복음 8장, 고린도전서 9장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 우리는 몹시 당황스럽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의 영광과 복음을 위해, 그리고 그의 백성의 유익을 위해 일하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을 때 평강을 얻을 수 있다.

모세와 아론이 바로를 찾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바로가 쉽게 반응할 리가 없었다. 바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더 압제했다. 벽돌을 구울 때 꼭 필요한 볏짚을 스스로 조달해서 일을 하되 생산량은 전과 동일하게 맞추라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원성이 커졌다. 그리고 그들의 불만이 모세와 아론을 향했다. 처음에는 모세와 아론을 반겼던 사람들이 어느새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자 백성들의 비난에 마음이 상한 모세가 하나님께 항변했다. 이스라엘이 더 학대를 당하게 되고 주께서 구원하시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보내시기 전부터 이미 바로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하셨다(출 4:21). 모세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계획은 이스라엘을 구원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하나님을 가장 잘 계시하시는 방식으로 구원하시는 것이었다.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의 일하심 앞에서 당황할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기다리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감당해야만 했다.

욥과 세 친구의 논쟁이 세 번째 사이클을 맞이했다. 엘리바스는 욥이 의롭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하나님께 아무 영향이 없다는 ‘하나님의 자존성’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곧 부당한 정죄로 이어졌다. 세 친구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욥을 정죄했지만, 이번에는 그 차원이 달랐다. 엘리바스는 확인도 되지 않은 구체적인 죄의 목록들을 나열하면서 욥이 그 모든 죄들을 범했다고 비난했다. 마치 그 죄들을 자기가 목격이라도 한 것처럼 황당한 비난을 퍼부었다. 엘리바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마저 마치 욥이 정말로 그 모든 죄를 지었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다. 그러고는 하나님께서 악인들을 처리하고 의인들을 즐겁게 하실 것이므로, 욥이 속히 회개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하나님과 화목하고 평안하라.” “사람들이 너를 낮추거든 너는 교만했노라고 말하라.” 엘리바스의 말은 참으로 부당하다. 참으로 당황스럽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욥에게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지 궁금하다. 이 모든 순간에 과연 욥은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었을까?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역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예수님 곁에는 여인들을 비롯해서 항상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이 따라 다녔다. 하나님 나라에 관한 네 가지 땅의 비유와 등불 비유는 설명 없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설명을 들어도 쉽게 알 수 없는 깊은 진리를 담고 있었다. 예수님의 어머니와 동생들은 예수님께서 지난 30년간의 생활과 너무도 다르게 활동하시는 사역을 보며 예수님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바람과 물을 잔잔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기적을 본 제자들은 어리둥절하여 예수님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서로 물으며 궁금해 했다. 거라사 지방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귀신을 명하여 돼지 때에게 들어가게 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기들의 생업을 먼저 생각할 뿐 그 사역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야이로는 자기 딸이 급하게 죽어가는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혈루병을 앓던 여인 때문에 지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죽은 아이를 잔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들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단 하나였다.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 ... 믿기만 하라.”  

사도 바울은 우상 제물에 관한 권면을 하면서 자신을 본 받으라는 의미로(고전 11:1) 두 가지 본보기를 제시한다(고전 7:1-23; 24-27). 우선 바울은 성도들로부터 물질적으로 공궤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아내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 그 목적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얻고 그들이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므로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믿음으로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성도에게 있다고 해도 믿음이 연약한 성도들과 믿지 않는 성도들을 얻기 위해 그 자유를 포기할 수 있음을 본보기로 가르치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서, 사도 바울은 거듭나고 회심한 성도로서 썩지 아니할 것을 얻기 위해 썩을 것에 마음을 두지 않는 성도의 본을 보였다. 그의 삶은 향방이 없는 것 같지 않았다. 복음을 열심히 전파하여 다른 사람들을 얻을 뿐 아니라, 자기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도 마음을 썼다. 믿음으로 우상 제물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성도들이 앞장에서 바울의 권면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바울은 복음과 구원, 그리고 믿음의 관점에서 가르침을 준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그의 구속 역사를 이루시는 과정과 방법, 그리고 어떤 사건들이 담고 있는 이면의 의미와 목적 등을 사람의 지혜로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종종 ‘이해’가 아니라 ‘믿음’이 요구된다. 또한 우리의 당연한 권리와 자유보다 하나님 나라와 복음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믿음으로 사는 성도는 그 삶의 무게중심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 그리고 하나님의 의와 영광에 있다. 그 관점에서 생각하면 사실상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고, 믿지 못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