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출애굽기 19장, 욥기 37장, 누가복음 22장, 고린도후서 7장

거룩하신 하나님께서는 죄인들이 다가설 수 없는 두려운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의 음성은 죄인들에게 천둥소리처럼 두려운 음성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막힌 담을 허시고, 죄인들이 하나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셨다. 

이스라엘이 시내산에 이르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시려고 모세를 부르셨다. 세계 열방 중에서 그들을 택하여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삼으시려는 은혜의 언약이었다. 그 대신 이스라엘 백성들은 거룩하신 하나님과 언약을 맺기에 앞서 그들의 옷을 빨고 자기를 성결하게 하여 셋째 날까지 준비해야 했다. 제사장을 제외하고 아무도 산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죄로 인해 반드시 죽일 것이었기 때문이다. 셋째 날에 하나님께서 우레와 번개와 빽빽한 구름 사이에서 나팔 소리 같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자 온 이스라엘이 두려워 떨었다. 그들은 경계를 넘어 하나님께 갈 수 없음을 알았고, 오직 중보자 모세와 아론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는 영원한 중보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언약을 세우시고 성취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엄위하신 말씀을 우리에게 주셨고,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우리의 죄를 지고 나아가셨으며, 우리와 하나님 사이에 놓여 있던 엄청난 협곡에 다리를 놓으셨다. 두려운 하나님의 음성을 온유한 은혜의 음성이 되게 하셨다.

욥을 향한 엘리후의 마지막 권면은 하나님에 관한 말들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온 천하에 소리를 펼치시고 번개를 땅 끝까지 이르게 하시고, 그의 위엄찬 소리로 천둥을 치시며, 그의 음성이 들릴 때에 번개를 멈추게 하시는 분이시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말씀 한 마디로 눈과 비와 폭풍과 추위와 얼음과 구름을 만드시는 위대한 하나님이시다. 따라서 엘리후는 그렇게 위대하시고 엄위하시며 영화로우신 전능자 하나님께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고 그 앞에 설 수도 없으므로, 욥이 잠잠히 하나님께 순종하고 결코 하나님과 논쟁을 벌이지 말라는 책망을 하고 싶었다. 엘리후가 하나님을 엄위하신 하나님으로 인식한 것은 정확히 옳았다. 죄인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위엄을 강조한 점도 결코 틀리지 않았다. 사람이 함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음에 대한 인식도 정확했다. 실제로 욥기 38장 이하에서 욥과 그의 친구들은 천둥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단지 그의 거룩하심과 위엄으로 멀리 계시고 사람과 구별하기만 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구원과 회복의 음성을 주시는 분이시기도 하심을 알아야 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의 마지막 유월절을 제자들과 함께 보내셨다. 유다가 배반하고 제자들이 서로 누가 크냐고 다투며, 심지어 베드로는 여종의 질문 앞에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일이 벌어지던 유월절 밤이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거절당하셨지만, 끝까지 제자들을 사랑하셨고 그들에게 부드러운 주의 음성을 들려주셨다. 이 날 밤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새언약을 따라 구원의 은혜를 말씀하시고,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의 잔치를 약속하셨다. 또한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중보자로 무릎을 꿇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그의 백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그의 기도에 모두 담아내셨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인들이 하나님 앞에 서야 하는 것을 대신하여, 친히 공회 앞에 서서 심문을 받으셨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희롱하고 때리고 욕했지만, 그들은 곧 인자가 하나님의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을 볼 때 그 앞에서 천둥 같은 주의 음성을 들으면서 두려워 떨게 될 것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게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서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자”고 권면했다. 바울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분명하게 인식했을 뿐 아니라, 성도들에게도 그 점을 주지시키면서 그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서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는 성도가 세상의 물질적인 것들로 염려하고 근심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오히려 유익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러한 근심이 그들로 회개하게 하고, 그 회개가 구원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거룩하신 하나님과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 아는 자들은 엄위하신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죄 사함을 간절히 바라게 되고, 자기 죄에 대해 분하게 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되고, 은혜를 사모하게 되고, 열심 있게 되고, 스스로를 벌하게 되고, 마침내 자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그러므로 바울은 고린도교회가 그의 ‘근심하게 하는 편지’를 받고 두려움과 떪으로 자기를 영접하여 순종한 것을 생각하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는 죄인들이 감히 만날 수 없는 두려운 하나님이시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친히 죄인들에게 찾아오셨고, 복음을 주셨으며, 그 복음을 믿고 회개하는 자들과 화해하셨다.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선포하신 메시지들에 심판과 구원의 선언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엄중한 심판의 선언이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는 달콤한 은혜의 속삭임이었다. 그러므로 자기의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은 하나님의 두려운 음성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 성도는 마땅히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날마다 주의 달콤한 음성을 즐기며 기뻐하는 특권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