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레위기 1장, 잠언 17장, 요한복음 20장, 빌립보서 4장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그의 몸을 번제로 드리심으로써 우리를 속죄하시고,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평화를 주셨다. 그러므로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진노를 면하고 은혜를 누린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하신 다섯 가지 제사 중에서 번제는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드리고 거룩한 날에도 빈번하게 드리는 가장 통상적인 제사였다. 짐승을 번제로 드릴 때 제사자는 반드시 흠 없는 수컷 짐승을 끌고 와서, 그 머리에 안수하고, 직접 짐승을 죽이고, 각을 떴다. 그리고 제사장은 짐승의 피를 받아 번제단 사방에 뿌리고, 짐승의 머리와 기름부터 시작하여 전부를 번제단에서 태웠다. 번제의 목적은, 예배자가 하나님께 기쁘게 받아들여져 그의 죄를 속죄하는 것이었다(레 1:3, 4; 민 15:24; 삼하 24:25; 욥 42:8). 죄로 인해 단절되었던 예배자와 하나님 사이에 평화가 이루어지게 했다. 또한 번제는 하나님께 대한 순종 행위나 감사 행위로 드려졌다(창 22장).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자기 몸을 번제로 드리셨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기쁘게 받으셨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죄사함을 받았다. 우리가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 더 이상 제물을 가지고 제단에 나아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제 성도가 드리는 번제는 감사의 찬양과 선행을 통해 드리는 거룩한 산제사다. 

잠언 17장은 여러 주제들이 혼합되어 있어서 하나의 주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성도가 성령과 진리 안에서 덕을 끼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 것에 대해 말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 속죄, 그리고 평화와 관련된 잠언들이 있다. “슬기로운 종은 부끄러운 짓을 하는 주인의 아들을 다스리겠고 또 형제들 중에서 유업을 나누어 얻으리라”(2절). 예수 그리스도께서 종이 되어 십자가에서 대속하시고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셨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천국의 기업을 누리게 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은혜를 누린 성도는 가난한 자를 조롱하는 것과 사람의 재앙을 기뻐하는 것을 그치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평화해야 한다(5절). 또한 이웃의 허물을 덮어주는 사랑을 해야 하고, 허물을 거듭 말하는 이간질을 삼가야 한다(9절). 형제와 이웃들과의 평화가 무너지는 것은 둑에서 물이 새는 것 같은 작은 다툼에서 시작하므로 시비를 그쳐야 한다(14절). 다툼을 좋아하는 자는 죄과를 좋아하는 자이고, 자기 문을 높이는 자는 파괴를 구하는 자임을 기억해야 한다(19절).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사람의 모든 죄를 지고 하나님의 형벌을 받아 죽으신 그리스도께서 궁극적으로 죄와 사망의 권세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을 만나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너희에게 평강(peace)이 있을지어다”였다(요 20:19, 20, 26). 예수님의 죽으심 이후에 목숨을 염려하여 두려워하던 자들에 대한 위로였지만,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죄 문제가 해결되어 하나님과 그들 사이에 영원한 평화(peace)가 이루어졌음에 대한 선언이었다. 속죄와 생명, 그리고 평화가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러므로 이 은혜를 누린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성령을 받아 죄 사함의 복음을 전파하고 선포해야 했다.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 질 것이요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 죄 사함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이었고 생명의 복음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후에 그를 본 자가 아무도 없지만, 이 복음을 듣고 “믿는” 자마다 “생명”을 얻고 하나님과의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었다(요 20:27, 29, 31).

사도 바울은 빌립보교회 성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몇 가지 권면을 했다. 첫째,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는 권면이었다. 온갖 박해 속에서 결코 기뻐할 수 없는 성도들에게 주 안에서 기뻐하라는 것이었다. 둘째,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두 가지를 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이웃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관용을 알게 하는 것이고, 하나님께 대해서는 모든 일에 감사함으로 기도하는 것이었다. 핵심 가치는 “평화”였다. 박해하는 자들과 분쟁하지 않고 평화해야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담대하게 나아가 감사함으로 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평화)이 그들을 지킬 것이었다. 셋째, 바울에게서 받고 듣고 배운 대로 참되고 경건하고 옳고 정결하고 사랑받을 만하고 칭찬받을 만한 자들이 되라고 권면했다. 그러면 “평강”의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빌립보교회가 그의 선교여행에 필요한 연보를 한 것에 대해 “받으실 만한 향기로운 제물”이라고 칭찬하며 마무리했다. 그들은 단지 물질이 아니라 감사와 찬양과 순종의 번제를 하나님께 드린 것이었다.  

구약의 제사장들이 매일 흠 없는 수컷 짐승으로 반복해서 드려야 했던 번제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흠 없는 자기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써 모든 제사를 성취하시고 완성하셨다.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죄 용서를 받고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게 되었고, 죄로 말미암아 갈라졌던 형제들과도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성도는 더 이상 희생제물의 피를 흘려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다. 다만 날마다 감사와 찬양과 순종으로 하나님을 예배한다. 그리고 사랑과 선행으로 형제와 평화하고, 이웃에게 속죄의 복음, 평화의 복음, 생명의 복음을 선포한다.